달릴 때 가장 행복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청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 윤초원 (조승우)은 얼룩말을 좋아하고 짜장면 초코파이에 환장한다. 5살 아이 수준의 정신연령을 갖고 있지만 달리기만큼은 자신 있다. 엄마 경숙(김미숙)은 초원의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을 목표로 아들을 훈련시킨다.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이기영)이 음주운전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초원이네 학교로 온다. 억지로 초원의 코치를 떠맡지만 제대로 가르치치 않는다. 정욱은 초원을 데리고 노래방이나 사우나를 가며 농땡이를 피운다. 초원이 달리기를 하자고 조르자 화가 난 정욱은 "학교 운동장에 가서 100바퀴 뛰어" 라며 홧김에 지시한다.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일어난 정욱은 초원이 정말로 운동장 100바퀴를 달리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정욱은 초원의 지구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마라톤 써브쓰리로 단련시킨다. 정욱의 농땡이를 알게 된 엄마 경숙과 정욱 사이에 마찰이 생긴다. 정욱은 경숙에게 자식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경숙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초원의 마라톤을 포기시킬 결심을 한다. 경기 당일 쓰러진 경숙은 초원이 몰래 경기장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초원이를 말리러 간다. 하지만 초원의 달리고 싶은 진심을 알고 아들을 놓아준다. 초원이는 지쳐 중간에 주저앉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이다. 백종예술대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자폐성 장애인들의 특징이 철저하게 고증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실존인물인 자폐성 장애인인 배형진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배형진은 2001년 19세로 춘천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쓰리를 달성했다. 2002년에는 강원도 속초에서 개최된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여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국내 최연소, 장애인 최초 철인에 올랐다. 배형진의 어머니가 <달려라! 형진아>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초원 역을 맡은 조승우 배우는 뮤지컬, 영화, 드라마 세 분야 모두에서 성공한 국내 대표 배우이다. 초원이 역을 통해 조승우 배우의 연기가 물오르기 시작하며 명배우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다. 영화 촬영 당시 엄청난 메소드 연기를 했다고 한다. 윤초원의 대사는 거의 조승우 배우의 애드리브로 진행됐고 즉흥적인 행동이나 감정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초원의 어머니인 경숙 역은 김미숙 배우가 맡았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과 좋은 이미지로 초원이를 적극 지원하는 엄마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이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자폐아와 그 가족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개인적인 감상평
조승우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온전히 초원이가 된 조승우 배우의 진면목을 깨닫게 한 영화이다.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를 보며 편견을 갖고 장애인을 바라보았던 건 아닌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조승우 배우가 한 인터뷰 중 와닿는 말이 있다. 자폐아 연기는 어땠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운동복 입고 뛰느라 겨울에 땀 빼는 게 힘들었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조금 당황스러운 대답일 수 있다. 자폐아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폐아가 '자개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들의 꾸밈없는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는 모습이 그렇다고 한다. 어떤 패턴이나 정의로 자폐아를 묶는 건 엄청난 오해라고 하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를 보았다. 자폐증을 가진 우영우가 다른 자폐 장애인을 모두 이해할 것이라는 오해 말이다. 비장애인도 서로를 다 이해 못 하는 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한 분야에 특출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든 편견 없이 바라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참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것도 다시 느꼈다. 운동장 100바퀴를 뛰어서 죽을 듯 힘들어도 좋다고 말하는 초원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내 삶의 행복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